글로벌 자동차 시장은 생존게임 中, 잘 나가던 ‘이 브랜드’도 휘청

폭스바겐, 지프, 푸조 등 잘 나가던 브랜드의 판매량이 급감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연이어 들려오는 가운데, 이번에는 굳건한 줄 알았던 일본 자동차 제조사마저 경영 위기를 맞이했다는 소식이다.

실용적이고, 고장이 적은 차. 글로벌 시장에서 일본 자동차의 이미지는 매우 좋은 편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가장 많이 알려진 도요타, 혼다, 닛산은 1950년대 후반 글로벌 시장에 진출한 이후 꾸준히 성장해 2000년 전성기를 맞이하기도 했다. 그러나 찬란할 줄만 알았던 일본 자동차의 앞날에도 점점 먹구름이 끼고 있다.

물론 세 브랜드 모두 아직 글로벌 시장에서 100만대 이상의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도요타를 제외하면 혼다와 닛산의 근 5년간 판매량은 계속해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혼다의 자동차 판매량은 약 520만 대(2018년)에서 약 470만 대(2022년)로 4년 사이 약 10% 감소했으며, 닛산은 약 404만 대(2021년)에서 약 323만 대(2022년)로 1년 사이에 약 20%나 감소했다.

혼다는 빠르게 전기차 시장 진출을 시도했고, 2024년 5월 11만 4,388대를 판매하며 넉 달 연속 10만 대 이상을 판매하는 기록을 세우는 등 빠르게 회복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닛산은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에 대응하지 못했다. 지난 11월 30일 영국 뉴스 통신사 로이터(Reuters) 보도에 따르면, 닛산은 심각한 경영난에 직면하여 대규모 구조조정을 발표했으며, 이에 대한 책임으로 최고재무책임자(CFO) 스티븐 마는 사임 의사를 밝혔다. 닛산은 전 세계 직원의 약 7%에 달하는 9,000명 감원과 생산 능력 20% 축소를 결정했다.

인피니티 또한 판매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해외 자동차 전문 매체 카스쿱스(Carscoops)는 지난 12월 3일, 미국 시장 내 인피니티 판매량이 10년 사이 45% 급락하여, 닛산과 매장을 통합해 비용 절감을 시도한다고 보도했다. 인피니티는 닛산의 프리미엄 브랜드로, 글로벌 고급 차 시장을 겨냥하여 런칭하였으나, 이미 판매 부진으로 유럽 시장과 한국 시장에 철수한 바 있다. 인피니티는 사실상 브랜드 해체의 길을 가고 있다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이어서 닛산의 경영 위기는 미국과 중국 시장에서의 판매 부진이 큰 영향을 끼쳤다. 최근 5년간 닛산의 중국 시장 판매량은 약 154만 대(2019년), 약 143만 대(2020년), 약 138만 대(2021년)를 기록하며 5% 이상 감소하는 모습을 보이다가, 2022년에는 16% 감소한 약 80만 대, 2023년에는 11.8% 감소한 약 70만 대로 급감했다. 이는 중국 내 현지 브랜드 경쟁력 강화와 전기차 시장의 급성장 등을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그러나 또 다른 문제는 바로 일본 내수 시장이다. 일본 시장에서 그나마 판매율이 높은 모델은 소형 전기차 닛산 사쿠라이며, 그 외 순이익이 높은 내연 기관∙하이브리드 차량은 경쟁사에 완전히 밀려 판매량이 급속도로 떨어지고 있다. 글로벌 시장뿐만 아니라 내수 시장까지 판매 이익을 내지 못하면 닛산의 경영 위기는 구조조정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닛산은 지난 11월 보유하던 미쓰비시자동차의 지분 10%를 매각하였고, 업계에는 경영 심화 올해 상반기부터 들려오던 혼다와의 협력 관계가 지분 매각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가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현재까지 공식적으로 확정된 사항은 없다. 그러나 현재 닛산이 창립 이래 가장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