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튬이온 배터리 가격 급감하는데, 우리나라 전기차는 약보합세?

해외 각종 에너지∙경제 매체는 배터리 팩 가격 인하를 집중적으로 보도했으며, 관련 전문가들은 북미와 유럽 시장은 2025~2026년쯤 중소형 전기차의 가격이 내연기관차의 가격과 비슷해질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우리나라도 이와 같은 양상을 보일지는 확신할 수 없다.

에너지 업계 관련 리서치와 심층 분석 등을 제공하는 블룸버그 뉴 에너지 파이낸스(BloombergNEF, BNEF)는 지난 12월 10일, 리튬이온 배터리 팩(이하 Li-ion)의 가격이 2017년 이후 최대 하락 폭을 기록했다고 보고했다. BNEF의 분석 결과에 따르면 Li-ion의 가격은 kWh당 115달러로 2023년 대비 20% 하락하였다.

이번 가격 하락의 주요 원인은 전기차 판매 성장세 둔화, 생산 능력 과잉, 리튬-철-인산(Lithium Iron Phosphate, LFP) 배터리로 채택 차량 증가, 대량 생산으로 인한 평균 비용 인하 등을 들 수 있다. 배터리 제조업체는 지난 2년간 전기차의 수요 증가로 생산 능력을 크게 확장했다. 그러나 전 세계 전기차 시장의 성장률이 예상보다 빠르게 감소했고, Li-ion 연간 수요 대비 배터리 셀 제조 능력이 2.5배 이상에 달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자연스럽게 셀 가격이 급격하게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글로벌 종합 금융 기업 ‘골드만삭스(The Goldman Sachs)’의 연구원은 2026년에는 Li-ion의 가격이 kWh당 82달러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이로 인해 미국의 전기차 가격이 보조금 없이도 내연기관차와 비슷한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내다보았다. 현재 전기차와 내연기관차의 가격 격차가 해소된 나라는 중국이 유일하지만, 향후 몇 년 이내 북미와 유럽 시장 등도 이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추측했다. 그러나 우리나라도 1~2년 만에 전기차와 내연기관의 가격 격차가 해소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Li-ion 비용의 60%를 차지하는 니켈, 리튬, 코발트 등의 금속 원자재의 가격이 하락세를 보이면서 배터리 팩의 가격도 저렴해졌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시장에서는 LFP 배터리를 탑재한 테슬라의 모델 Y를 제외하면 전기차 가격은 큰 변동이 없다. 또 전기차와 내연기관차의 가격 격차가 줄어들고 있다고 하지만, 소비자의 피부에 와닿지 않을 만큼 미미하다.

2023년 12월 기준 국산 승용 전기차 14개 모델의 평균가는 약 5,784만 원, 테슬라를 제외한 수입 전기차 55개 모델의 평균가는 약 1억 3,150만 원이다. 또한 국산 모델의 경우 동일 모델의 전기차와 내연기관차를 비교하면, 전기차가 평균적으로 2,000만 원 정도 비싼 편이다. 예를 들어, 현대자동차 코나 가격은 약 2,446만 원인데 반해 코나 EV의 가격은 4,363만 원이다. 즉, 전기차 보증금을 최대로 받는다고 하더라도 내연기관차보다 전기차의 초기 비용이 1,300만 원 이상 더 나간다는 이야기다.

전문 매체의 예상대로 Li-ion의 가격이 반토막 난다면, 원가 절감 효과로 인해 전기차 가격이 어느 정도 하락할 것으로 보이지만, 생산 단가가 낮아져도 소비자가는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유럽 시장이 이런 양상을 보인다. 유럽의 전기차 배터리 가격은 2024년 기준 kWh당 139달러로 하락했으나, 메르세데스-벤츠, BMW와 같은 유럽 자동차 제조사는 전기차 모델의 가격을 50% 이상 올렸다. 유럽 환경 전문 비영리기관(NGO)인 T&E의 분석에 따르면 2020년 유럽의 전기차 평균 가격은 약 4만 유로였으나, 2024년에는 약 4만 5,000유로로 오히려 11% 상승했다. 제조사가 대형 프리미엄 전기차 등을 주로 출시해 수익성 유지∙확보를 노리고 있기 때문이다.

2025년 우리나라에 출시 예정인 국내 브랜드 전기차를 살펴보면, 현재 유럽 시장과 마찬가지로 프리미엄 전기차에 집중한 모습이다. 우리나라는 유럽을 포함한 대부분의 나라와 비교해도 전기차와 내연기관의 가격 차이가 매우 큰 편인 데다가, 전기차 보증금의 기준은 더욱 엄격해져 최대로 받지 못하는 경우가 늘어났고, 2025년에는 보증금 폐지가 예정되어 있다. 즉, 향후 배터리 가격이 급락하고 전기차 가격이 소폭 하락한다고 하더라도 소비자 체감 가격은 오히려 상승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