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고가 차고 넘치는데 가격 올리기?! 마진 챙기느라 급급하다는 ‘이 브랜드’

미국 시장에 재고가 넘쳐나는 몇몇 브랜드가 여전히 가격을 올리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시장 점유율 확보가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은데도 가격을 올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미국 자동차 시장의 신차 재고가 315만 대를 기록하며 연중 최고치를 달성했다. 도요타와 렉서스를 재외하고, 대부분의 자동차 제조사가 재고 문제를 겪고 있다. 지프와 램을 포함해 재규어, 링컨, 미니, 포드, 아우디 등이 업계 평균을 웃도는 과잉 재고를 겪고 있다.

특히 재규어와 링컨은 타 브랜드에 비해 두 배 이상에 달하는 재고를 보유하고 있다. 재규어의 경우, 리브랜딩을 준비 중으로 알려져 기존 모델 판매가 저조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그러나 링컨은 2024년 이후 전년 대비 판매량은 28.4%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몇 달간 증가하는 재고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평균 재고 일수도 늘어나

평균 재고 일수(Average Days’ Supply)란, 특정 시점에 판매되지 않은 차량이 평균 판매 속도를 기준으로 했을 때 얼마나 오랫동안 재고로 남아 있을지를 나타낸다. 현재 미국 자동차 시장의 평균 재고 일수는 85일이다. 그러나 링컨은 약 170일로 가장 길었으며, 그다음은 지프(129일), 램(128일)이 차지했다. 미니, 아우디 등도 평균 재고 일수가 120일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도요타의 평균 재고 일수가 31일, 렉서스가 30일인 것을 감안하면 판매 속도가 매우 느리고 공급이 과잉임을 의미한다.

재고는 넘치는데 가격 올리는 제조사들

그러나 이러한 공급 과잉에도 불구하고 신차 평균 리스팅 가격(Average Listing Price)은 오르고 있다. 쉽게 말해, 제조사나 딜러가 내놓은 차량 판매 가격(표시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는 뜻이다. 11월 평균 리스팅 가격은 4만 8,978달러로, 전달 대비 720달러(1.8% 상승)가 올랐다. 전년 동기에 비하면2.8%가 증가한 셈이다.

일반적으로 재고가 넘치면 가격 인하 혹은 할인 프로모션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으나, 포드, 지프, 링컨 등은 재고 수준과 상관없이 오히려 가격을 올리고 있다. 이 제조사들은 주로 고가 모델이나 프리미엄 옵션 중심의 판매 전략을 세우고 있다. 예를 들어, 포드는 인기 모델인 머스탱 마하-E와 F-150의 특정 트림의 가격을 인상했다.

제조사들이 재고 관리보다 마진을 우선시하는 이유는 역시 높은 이윤을 포기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들은 소비자를 할부나 리스 등으로 가격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유도한다. 높은 가격과 마진 유지는 전기차나 자율 주행 등 기술 개발이나 신차 출시로 자금을 마련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그러나 과잉 재고가 지속되면 저장 비용과 딜러의 부담이 늘어나는 것은 물론, 장기적으로 브랜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가격을 무한대로 올릴 수도 없고, 계속해서 할인을 제한하면 고객 불만도 커질 것이다.

특히 스텔란티스 산하의 지프와 램은 이러한 문제로 이미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과연 이 전략으로 살아남는 브랜드가 몇이나 될지 지켜봐야 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