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한 연구팀의 실험 결과에 따르면, 전기차 주행 시 발생하는 분진이 배기가스보다 인체에 해로운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차는 일반적으로 친환경차로 분류되지만, 모든 면에서 환경에 이롭지는 않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연료 연소 과정에서 이산화탄소와 질소산화물 등을 배출하는 내연기관차와 달리, 배출가스가 없어 ‘제로 에미션(Zero Emission)’ 차량에 해당한다. 그동안은 전기차 배터리 생산 과정에서 배출되는 탄소와 전기차 1대를 생산할 때 내연기관차보다 더 많은 양의 이산화탄소가 방출되는 문제로 인해 전기차를 완전히 친환경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을 받았으나, 주행 중에는 오염 물질을 배출하지 않기 때문에 대기 오염 감소에 효과가 있다는 데는 이의가 없었다.
하지만 영국 사우샘프턴 대학교(Universitas Sotoniensis) 연구진이 지난 15일 독성학 분야 학술지 ‘입자·섬유 독성학(Particle and Fibre Toxicology)’에 발표한 논문에 의하면, 이 역시 잘못된 정보에 해당한다. “구리 함량이 높은 자동차 브레이크 마모 입자는 체내 폐포 세포의 항상성을 교란한다(Copper-enriched automotive brake wear particles perturb human alveolar cellular homeostasis)”라는 제목의 이 논문은 해당 연구진이 브레이크 패드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가 폐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 진행한 실험 결과를 토대로 작성되었다.
연구진은 전기차와 내연기관차에 각각 탑재된 저금속, 반금속, 비석면 유기질(Non-Asbestos Organic, NAO), 하이브리드 세라믹 등의 브레이크 패드에서 나오는 초미세먼지(PM 2.5)를 수집해 비교∙분석한 후, 수집된 브레이크 분진을 인간의 폐포 세포에 노출시켜 반응을 살펴보았다. 실험 결과, 인체에 유해한 것으로 알려진 디젤 배기가스보다 NAO 브레이크 패드에서 발생한 분진의 독성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NAO 브레이크 패드는 환경 문제가 대두되면서 개발된 친환경 제품으로, 소음이 적고 부드러운 제동감을 제공한다는 특성이 있어 내연기관차와 전기차 모두에 많이 사용되고 있다. 테슬라 모델 3, 현대자동차 아이오닉 5/6, 기아 EV6 등도 해당 브레이크 패드가 탑재된 것으로 추정된다. 브레이크 패드로 발생하는 초미세먼지가 유독 몸에 해로운 이유는, 분진에 섞인 구리 때문으로 나타났다. 실험을 진행했던 네 가지 중 NAO 브레이크 패드의 구리 함량이 가장 높았다.
문제는 전기차에 NAO 브레이크 패드가 탑재될 시 마모가 더욱 빨리 진행되어 내연기관차보다 더 많은 분진을 배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기차는 배터리 무게뿐만 아니라 이를 지탱하기 위해 차체 강성 역시 높아 차량이 매우 무겁다. 이 때문에 회생제동 기능이 있어 브레이크 패드 사용이 잦지 않아도, 마모 속도나 심각도는 내연기관차보다 심각할 가능성이 높다.
PM 2.5의 초미세먼지는 숨을 쉴 때 인체로 들어올 정도로 작고, 쉽게 폐에 도달한다. 공기 중에 섞여 있는 구리의 거의 절반이 브레이크 시스템과 타이어 마모 때문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높은 농도의 구리가 함유된 브레이크 패드가 탑재된 차량을 이용할수록 더 많은 구리가 몸에 축적될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자동차 제조사가 차량의 브레이크 패드의 소재를 상세하게 공개하지 않고 있어, 확인이 불가능하다. 해당 논문을 통해 브레이크 분진의 유해성이 알려진 것을 계기로, 해당 부분에 대한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