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17일 현대자동차 그룹이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전기차 배터리 과열 문제를 해결할 신소재 기술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친환경 차라는 좋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가 전기차 구매를 망설이는 이유는 크게 가격과 안전성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내연기관차에 비해 전기차의 가격이 동일 모델 기준 평균 2,000만 원 정도 비싼 편이다. 또한 뉴스에서는 전기차 화재 관련 뉴스를 자주, 집중적으로 보도한다. 차량 화재 발생률로 따진다면 전기차보다 내연기관차가 훨씬 높은 편이지만, 전기차 화재는 배터리의 열폭주로 인한 화재가 주요 원인으로 분석되어 전기차의 안전성을 의심하는 사람이 많아진 것이다.
전기차 배터리의 발열 문제는 출시 이후 지금까지도 해결되지 않은 난제다. 전기차 배터리는 급속 충전, 배터리 내 셀 온도 상승으로 인한 내부 저항, 화학 반응, 외부 온도 등 매우 여러 요인에 의해 과열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여러 배터리 중 리튬 이온 배터리(Lithium-ion battery, Li-ion)가 외부 온도에 취약해 화재 위험이 높다는 단점이 있어, 이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자동차 제조사가 여러 방법을 강구하는 중이다.
고밀도 에너지 배터리에 딱 맞는 해결책
현대모비스가 개발한 ‘진동형 히트파이프(Pulsating Heat Pipe, PHP)’ 또한, 현대자동차 전동화 모델 대부분에 탑재된 Li-ion의 안전성 문제를 보완하기 위한 냉각 소재이다. PHP는 알루미늄 합금과 냉매로 이루어진 0.8mm의 히트파이프로, 배터리 셀 사이사이에 꽂아두면, 배터리 내부 온도를 낮추는 역할을 한다. 히트파이프는 금속관 모양의 열전도체를 의미하며, 두 물체 간의 열 전달 효율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또한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냉매가 진동∙순환하며 열을 전달한다.
현대자동차 그룹의 발표에 의하면, 해당 제품은 일반 알루미늄 대비 10배 이상의 열전달 성능을 자랑하며, 중력에 의한 성능저하가 거의 없으며 급속 충전 시 발생하는 열폭주도 빠르게 안정화할 수 있다고 한다. 발열 문제가 해결되면 배터리의 안전성이 높아지는 것은 물론, 충전 시간 단축, 주행 거리 향상, 배터리 수명 연장 등 전기차 성능이 훨씬 증대된다.
두께가 매우 얇아 배터리의 종류나 형태에 구애받지 않고 사용할 수 있다는 점도 PHP의 큰 장점이다. 에너지 밀도가 높은 Li-ion, 니켈-코발트-망간(LNCMO, NCM), 니켈-코발트-알루미늄(NCA) 배터리 등은 모두 발열 문제가 큰 편이고, 리튬인산철 배터리(LFP)에 비하면 수명도 짧다.
현재 과잉 생산, 원자재 가격 인하 등으로 배터리팩 가격이 급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전기차 가격과 안전성 문제까지 해결된다면, 구매율은 빠르게 오를 것으로 기대된다. 또 저가 전기차와의 경쟁, 안전성 문제 때문에 굳이 LFP를 선택할 필요도 없어진다. LFP는 확실히 기타 배터리에 비해 외부 환경에 영향을 받지 않고 배터리 수명도 길지만, 에너지 밀도가 낮기 때문에 주행 성능은 떨어지기 때문이다.
과연 성공적인 시장 출시가 가능할지?
물론 PHP가 전기차 발열 문제를 개선할 획기적인 제품인 것은 사실이나, 한계도 분명히 존재한다. PHP가 열전달을 하기 위해서는 냉매의 진동이 필요한데, 급가속, 코너링, 오프로드 주행 등으로 차량이 많이 흔들리는 상황에서도 제 역할을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또한 현대자동차 그룹은 PHP가 급속 충전 시 발생하는 과열을 해결한다고 했으나, 초고속 충전으로 발생하는 대량의 열을 외부로 방출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현대모비스 측은 대량 생산에 성공하여 생산 단가는 낮추었다고 발표하였으나. PHP에 알루미늄 합금, 냉매 등의 고급 소재가 사용되기 때문에 가격 측정이 높게 될 수 있다. 또한 대량 생산을 하더라도 공정의 난도가 높다면 매우 고가에 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럴 경우, 현대자동차와 기아에도 프리미엄 모델에 먼저 탑재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더해 현대모비스의 독자 기술로 시장 점유율을 높일 수도 있겠으나, 앞서 언급했듯이 대부분의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배터리 냉각 시스템을 개발 중이기 때문에, PHP를 사용할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다. 이미 테슬라, GM, 폭스바겐, BMW, 포드 등이 자체 액체 냉각 시스템을 개발하여 차량의 주행 성능과 충전 효율을 향상시키고 있다.
단, PHP는 앞선 제조사들과 달리 액체 냉각 시스템을 사용하지 않았고, 신소재를 이용하여 배터리 수명에도 영향을 주는 혁신 기술을 개발했기 때문에 글로벌 시장도 이 부분에 주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