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보험 사기와 과잉 진료로 인한 보험금 누수가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면서, 정부가 강력한 대응에 나섰다.
자동차 사고 시 뒷목을 잡거나 길에서 드러눕는 등 부상을 과장하거나 가짜 부상을 주장하면 ‘자동차 사고 과장 피해 방지법’에 따라 처벌받는 법안이 2024년 7월부터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법안 제정에도 불구하고 사고 후 부상 과장과 보험금 부정 수급 문제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이른바 ‘나이롱환자’로 불리는 보험 사기 의심자들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연간 수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나이롱’이란 비단과 비슷한 질감을 가진 나일론(Nylon) 소재의 일본식 발음에서 유래한 은어로, 진짜가 아니면서 그러한 행세를 하는 가짜를 뜻한다. 나이롱환자는 실제 상해가 없거나 경미한 부상임에도 불구하고, 과도한 치료와 보상금을 노리고 의료기관을 찾는 사람들을 일컫는다. 예를 들어, 경미한 접촉 사고나 단순 추돌 사고 후 목 통증이나 허리 통증을 호소하며 불필요하게 과다 치료를 받거나 별다른 이유 없이 병원을 자주 찾는 이들을 비하하는 표현으로 사용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 2023년 한 해 동안 보험사들이 지급한 조기 합의금은 약 1조 4천억 원에 달하며, 자동차 보험 사기금은 5,476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조기 합의금에 경미한 사고임에도 불구하고 과도한 치료비가 청구되는 사례가 많아, 정상적인 보험 가입자들의 보험료 부담도 커지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뒷목 잡기’, 철저히 막는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국토교통부는 지난 2월 26일 ‘자동차보험 부정수급 개선 대책’을 발표했다. 관계기관은 이에 대해 “피해 정도에 따른 적정 치료를 보장하고 실제 손해에 대한 충분한 보상금이 지급될 수 있도록 하되, 불건전 행위에 대한 제재 및 처벌 강화와 보험제도 운영상의 미비점을 보완하기로 하였다.”라고 설명했다.
지난 3월 4일 금융위원회가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홈페이지를 통해 보도한 내용을 보면, 정부가 발표한 개선 대책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 자동차 사고 피해 정도에 따른 적정 배상 체계를 마련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사고 유형별 표준 치료 기간과 진료 비용 기준을 수립하고, 경상환자의 과잉진료를 막기 위한 진료비 심사를 강화한다. 예를 들어, 관절·근육의 긴장·삠(염좌) 등으로 진단받은 경상환자(상해등급 12~14급)가 일반적인 치료 기간인 8주를 넘어서는 장기 치료가 필요한 경우, 치료의 필요성을 입증하는 진료기록부 등의 추가 서류를 보험사에 제출해야 한다.
둘째, 자동차 보험 중복 수급과 같은 불건전 행위를 예방하고 처벌을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AI 기술을 활용한 보험 사기 탐지 시스템(FDS)을 고도화하고, 보험사들 간의 정보공유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중복청구를 방지할 계획이다. 불법 행위가 적발될 경우 형사 처벌과 과태료 부과 기준 역시 강화된다. 보험 사기에 연루되어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정비업자는 기존에는 사업 정지의 처벌로 끝났으나, 앞으로는 사업 등록이 취소된다.
마지막으로 자동차 보험료 등 보험 운영 방식 전반에 대한 개선이 이루어진다. 특히 19세부터 34세 이하의 청년층의 보험금 부담 완화를 위해 무사고 경력 신규로 인정하는 등 보험료 할인·할증 제도를 보완한다. 또한 자동차 사고 환자의 편의를 위해 보험금 청구 절차를 간소화와 디지털화를 추진한다.
이번 종합 대책을 통해 개인 자동차 보험료의 약 3%를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더해 보험 사기와 과잉 진료가 줄어들면 일반 보험 가입자들의 보험료 부담도 점진적으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대해 금융위원회 김소영 부위원장은 “이번 대책으로 보험 사기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의료기관들의 적정 진료가 유도될 것”이라며 “정직한 보험 가입자들이 피해를 보는 일이 줄어들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명했다.
한편, 일부에서는 정부의 규제 강화로 인해 실제 피해자들의 정당한 보상이 제한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정부는 “진정한 피해자의 권익은 최대한 보호하면서, 악의적인 보험 사기만을 차단하는 것이 이번 대책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