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2월 서울 강남구 쇼룸에도 전시된 바 있는 맥라렌 2021년형 765LT 쿠페가 리콜에 들어갔다. 그런데 그 이유가 너무 황당해 업계에 비웃음을 사고 있다.
맥라렌 765LT(McLaren 765LT Coupe)는 2021년에 출시된 하이퍼카로, 전 세계 756대 한정으로 생산되었으며, 전 세계 판매가는 약 35만 8,000달러(한국 출시가는 약 5억 원)로 알려져 있다. 해당 모델은 맥라렌의 롱테일(Longtail, LT) 시리즈의 하나로, 경량화, 공기역학적 기능 향상, 고성능 트랙 주행 능력을 특징으로 하는 스페셜 에디션이다. 4.0L 8V 트윈 터보 엔진을 장착하여 765PS의 마력과 800Nm의 최대 토크를 발휘하며, 0-100km/h 가속 속도는 단 2.8초에 불과하다. 765LT는 출시 당시, LT 시리즈의 전통을 그대로 계승하여 공기역학과 경량화 기술이 집약된 모델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며칠 전, 주요 자동차 전문 매체가 765LT 일부 모델에서 문제가 발생하여 리콜이 시행되었다는 소식을 전했다. 리콜 대상은 765LT 중 2021년 출시한 쿠페 모델로, 후면 창문 접착 불량으로 인해 리콜이 진행되었다. 대상 차량은 756대 중 163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즉, 약 22%의 제품이 불량인 셈이다. 국내에서 판매된 정확한 모델 수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약 20대로 추정된다. 이 중 몇 대가 리콜 대상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이번 리콜 사태는 765LT의 일부 소유자들이 주행 중 캐빈 뒤쪽에서 덜컹거리는 소리가 들린다며 클레임을 제기하면서 문제가 불거졌으며, 조사에 의하면 창문의 일부분 혹은 전체가 프레임에서 떨어지는 현상으로 판명되었다. 비공식적인 증언에 따르면 해당 문제는 고속 주행 시 발생하는 것으로 보인다.
맥라렌 측은 “드리프트 경기, 레이스 등 일부 서킷에서는 안전상의 이유로 측면 창문을 열어두어야 하는 규칙이 있다.”라며 “해당 현상은 트랙 주행과 후면 창문 이탈 현상 사이에 연관성이 있다.”라고 결론을 내렸다. 또한 “사이드 윈도우를 내린 상태에서는 시속 150km/h 이상으로 달리지 말아달라.”라고 권고하기도 했다.
실제로 몇몇 레이싱 단체가 일부 트랙에서는 측면 창문을 열어야 한다는 규정을 적용하고 있다. 이는 사고 발생 시 긴급 탈출을 위한 안전 조치, 고속 주행 시 내외부의 공기압(내압) 차이로 인해 창문이 깨지는 것을 방지, 드라이버의 체온 조절 및 환기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이유에 기인한다. 그러나 765LT의 창문 이탈 문제를 단순한 공기압 문제로 보기는 어렵다. 사실상 이는 설계 결함 문제에 가깝다.
보통 서킷에서 하이퍼카의 평균 속도는 180~200km/h이고, 최고 속도는 300km/h가 넘는다. 그런데 맥라렌 측은 150km/h 이상으로 고속 주행 시 창문 접착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발표했다. 일반 고객에게 판매되는 스포츠카, 고성능 스포츠카, 하이퍼카 등도 765LT와 비슷한 성능을 제공하지만,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 이와 유사한 문제가 발생한 스포츠카는 포르쉐 911이 유일하다. 즉, 고속 주행 시 발생하는 공기압 차이는 모든 차량에서 발생하는 물리 현상이지만, 제대로 설계된 차량이라면 이런 문제가 발생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차량 창문은 접착제 외에도 고정 브래킷이나 클립 등으로 이중 고정한다. 그러나 765LT 후면 창문은 오로지 접착제로만 고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맥라렌은 리콜 보고서에 해당 모델의 접착제가 제대로 경화되지 않았거나, 고온∙고속 주행으로 인해 점성이 떨어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기재했다. 특히, 습도와 온도에 의해 접착제의 성능이 떨어지는 것을 확인하기도 했다. 결국, 765LT 리콜 문제의 핵심은 유리창 접착 시스템의 소재 및 설계 결함에 있다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이번 리콜로 맥라렌은 물리적 고정 장치를 추가로 설치할 예정이다. 그러나 고정 장치로 이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었다고 볼 수 있을지 의문이다. 맥라렌이 765LT의 주행 속도를 150km/h로 제한한 것은 즉, 해당 모델의 설계가 고속 주행에 견딜 수 없는 구조라는 말과 같기 때문. 765LT가 고가에 판매된 한정판 하이퍼카인 만큼, 맥라렌은 고객의 기대를 저버린 것에 대한 책임도 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