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연기관차 화재에 비해 전기차 화재 발생률이 현저히 낮은 데도 불구하고 언론은 주로 전기차 화재를 집중적으로 보도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피해가 훨씬 크기 때문이다. 전기차 화재는 일반 소화기로는 불씨도 잡을 수 없다. 그러면 화재를 진압할 다른 방법은 무엇일까?
내연기관차의 화재는 누유 즉, 연료 누출 혹은 전기 합선이나 엔진 과열이 주원인으로 꼽힌다. 반면 전기차 화재는 배터리의 열폭주나 충전 중 과열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경우가 많은데, 화재를 진압하기 위해서는 배터리 셀 내부까지 냉각해야 하므로 난도가 매우 높다.
일반 소화기로는 진압이 불가능하며 수천 리터의 물과 특수 화학 소화 장비가 필요하다. 문제는 당시 불길을 잡았다고 하더라도 재발화의 위험이 남아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물론 배터리 셀의 열폭주 방지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우선시되어야 하지만, 그전에 발생하는 화재를 빠르게 진압하는 방법을 아는 것도 중요하다. 이에 전기차 화재 전용 전문 장비가 개발되고 있다.
개인이 화재를 진압할 방법은?
개인이 갖출 수 있는 화재 진압 장비로는 EV 소화기가 있다. 리튬 이온 배터리 화재에 특화된 소화기로, 휴대 가능한 사이즈이기 때문에, 차량에 두고 다닐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EV 소화기는 온라인 쇼핑몰이나 차량용품점에서도 구입할 수 있다. 가격은 3만 원에서 10만 원 사이이다.
그러나 전기차 화재는 매우 빠르게 확산하기 때문에 매우 위험하다. 따라서 EV 소화기를 구비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차량에서 최소 10~20m 이상 거리를 확보 후 119에 먼저 신고 후 EV 소화기 사용에 대해 상의하는 것이 좋다.
만약 배터리 팩으로 인한 화재일 경우, 불이 난 곳에서 2~3m 떨어진 거리에서 노즐을 배터리 위쪽이 아닌 바닥 부분에 겨냥한 후 집중적으로 분사한다. 단, 불이 꺼졌다고 하더라도 절대 차량 근처에 접근해서는 안 된다.
전기차 화재 전문 소방 장비는?
전문 소방팀, 소방서 등에서 사용하는 전기차 화재 전문 소방 장비는 지금도 계속해서 연구∙개발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현대자동차그룹과 협력사 ‘탱크테크(Tanktech)’가 공동 개발한 전기차 배터리 관통형 화재 진압 장비 ‘EV 드릴 랜스’가 있다.
전기차 배터리 화재는 배터리와 이를 둘러싸고 있는 케이스 즉, 플라스틱∙알루미늄∙실리콘∙배터리를 동시에 뚫어야만 진압할 수 있다. EV 드릴 랜스는 기기 상단에 뿜어져 나오는 소화수만으로도 이를 뚫을 수 있는 특수 장치로, 소화전 호스에 연결된 랜스를 차량 아래에 삽입한후 작동시키면, 약 2분 이내에 강한 수압과 드릴이 배터리 팩을 관통해 물을 주입한다. 배터리 내부에 바로 물을 주입하기 때문에 화재 초기진압이 가능하다.
지난 4일 현대글로비스는 화재 위험을 줄이기 위해 자동차 운반선 32척 전체에 EV 드릴 랜스를 설치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그 외 현대로템이 소방청과 함께 무인 소방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 건물 지하 등 위험한 현장에서 소방관 대신 화재를 진압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해당 로봇을 원격 및 무인 운용이 가능한 전동화 차량으로 열화상 센서 기반 시야 개선 시스템을 통해 발화점을 탐지한 후 소방용수를 발화한다. 현재 시제품 제작을 마친 상태로 소방청과 함께 성능 시연을 진행하고 있으며, 성능 개선 후 소방청에 공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