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나면 누구 책임?” 정부, 레벨4 무인차 가이드라인 발표… 1만5000㎞의 정체

레벨4 무인 자율주행차 도심 주행 / AI 생성 이미지
사진 = AI 생성 이미지

■ 핵심 사항

  • 국토교통부가 2026년 7월 7일 「무인 자율주행차 안전운행 요건 가이드라인」을 발표했습니다.
  • 레벨4(무인) 자율주행차가 임시운행허가를 받으려면 최소 1만5000km 이상의 실증 주행 실적을 갖춰야 합니다.
  • 다만 사고 발생 시 책임 소재는 아직 확정되지 않아, 소비자 입장에서는 계속 확인이 필요합니다.

국토부, 레벨4 무인 자율주행차 가이드라인 전격 발표

국토교통부가 지난 7월 7일 「무인 자율주행차 안전운행 요건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이번 레벨4 자율주행 가이드라인은 자율주행차 산업 경쟁력 제고방안의 후속조치로, 국제기준이 국내 법제화되기 전이라도 기업이 레벨4 임시운행허가를 받을 수 있도록 선제적으로 마련한 기준이다.

자율주행 단계에서 레벨3과 레벨4는 결정적으로 다르다. 레벨3(유인)은 비상 상황에서만 운전자가 개입해 대응하는 ‘부분 자율차’다. 반면 레벨4(무인)는 비상시에도 시스템이 스스로 대응해 운전자 탑승 자체가 불필요한 ‘완전 자율차’를 뜻한다. 이번 가이드라인은 레벨4 전용 기준이라는 점이 핵심이다.

국토부는 이 기준을 혼자 만들지 않았다. 한국교통안전공단과 함께 3차례의 기업 간담회를 열어 업계 의견을 수렴했고, 국내보다 먼저 레벨4를 상용화한 해외 허가요건까지 참고했다. 국제기구 UNECE가 채택한 ADS(자율주행시스템) 국제기준의 나머지 세부내용은 연내 자동차관리법 개정안을 마련해 반영할 계획이다.

1만5000㎞ 채워야 도로 위에 설 수 있다

자율주행차 원격관제센터 / AI 생성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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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 자율주행차가 도로에 나오려면 우선 숫자로 증명해야 한다. 가이드라인은 최소 주행실적 요건으로 1만5000km 이상의 실증 주행을 필수로 정했다. 극히 낮은 확률의 돌발 상황까지 걸러내기 위한 최소 검증 거리라는 설명이다.

다만 기업 부담을 낮춘 완화 조항도 있다. 3000km 이상 주행한 동일 자율주행시스템·동일 제원의 차량이라면 최대 5대까지 주행거리를 합산할 수 있다. 한 대가 단독으로 1만5000km를 채우지 않아도, 같은 시스템을 탑재한 여러 대가 나눠서 실증 실적을 쌓을 수 있다는 뜻이다.

거리만큼 중요한 게 안전장치다. 가이드라인은 원격관제를 통한 실시간 모니터링, 자율주행시스템 이중화, 비상 상황에서 안전하게 정지하고 안전지대로 이동시키는 대응체계를 필수로 갖추도록 했다. 이 대응체계는 UNECE가 채택한 ADS 국제기준의 ‘위험완화상태(MRC)’ 개념을 일부 반영한 것으로, 시스템 이상 시 차량 스스로 위험을 최소화하는 절차를 갖췄는지가 핵심 심사 대상이다.

사고 나면 누구 책임? 아직 확정 전이다

자율주행차 비상정지 대응 장면 / AI 생성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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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드라인이 정한 건 어디까지나 차량의 ‘기술적 안전기준’이다. “사고가 났을 때 누가 배상하나”라는 질문에는 아직 답이 없다. 국토부는 이번 발표보다 석 달 앞선 2026년 4월 7일, 별도로 ‘자율주행차 사고책임 TF’를 가동했다고 밝혔다.

이 TF는 국토부가 총괄하고 자동차손해배상진흥원이 간사를 맡아, 법조계·공학계·보험업계·산업계 전문가 18명이 참여한다. 차량 결함, 소프트웨어 오류, 통신 장애, 외부 해킹 등 사고 유형을 세분화해 책임판단 기준을 정립하는 작업이 진행 중이다. 관련 법 개정 과제를 발굴해 피해 보상 절차를 표준화하는 범정부 가이드라인도 함께 준비하고 있다.

즉 “레벨4 무인차와 사고가 나면 누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하나”라는 질문의 답은 이번 가이드라인이 아니라 이 TF의 결론이 나와야 확정된다. 지금은 기술 기준은 통과했어도 책임 소재라는 제도적 퍼즐은 아직 맞춰지지 않은 채다.

보험사는 이미 움직였다, 이원 보상구조로

정부의 책임 소재 논의가 끝나기를 기다리지 않고, 보험업계는 먼저 움직였다. 삼성화재는 광주 자율주행 실증도시에서 시내를 운행할 현대차 아이오닉5 기반 레벨4 자율주행차 200대(2026년 하반기 투입 예정)를 대상으로 전용보험을 마련했다. 보상한도는 사고당 최대 100억원, 연간 총 300억원 규모다.

이 보험의 구조가 흥미롭다. 제조사, 소프트웨어 개발사, 플랫폼사가 공동 피보험자가 돼 배상책임을 나눠 진다. 운전자 과실로 판단되면 자차보험이 먼저 보상하고, 자율주행 시스템 과실로 판명되면 배상책임보험이 추가로 보상하는 ‘이원 구조’다.

결국 소비자가 체감할 포인트는 “1만5000km를 채워야 인정”이라는 기준선 숫자보다 두 가지다. 레벨4 차량은 사고 책임이 확정되기 전 단계에서 이미 도로에 나온다는 점, 그리고 보험사는 ‘운전자 과실 대 시스템 과실’을 가르는 이원 보상 구조를 이미 설계해 놨다는 점이다.

기술은 통과, 책임은 아직 진행형

국토부의 레벨4 자율주행 가이드라인은 무인 자율주행차가 도로에 나오기 위한 기술적 문턱을 명확히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1만5000km 실증 주행과 원격관제·이중화·비상정지 체계라는 구체적 숫자와 기준이 처음으로 제시됐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오는 7월 10일 기업·연구기관 대상 설명회를 열어 임시운행허가 절차를 안내할 예정이다.

다만 기술 기준이 마련됐다고 해서 제도가 다 갖춰진 건 아니다. 사고책임 TF의 결론과 관련 법 개정이 남아 있는 만큼, 레벨4 무인차를 실제로 마주하게 될 소비자라면 지금은 “기술은 통과, 책임은 아직 진행형”이라는 점을 기억해 둘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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