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핵심 사항
- 폭스바겐이 근접양산 프로토타입 ‘미션 이피션시’로 도로인증차 공기저항계수(Cd) 0.158 세계기록을 세웠습니다.
- 정속조건 기준 소비전력 6.48kWh/100km, 실주행 1,278km 테스트에서는 7.51kWh/100km를 기록했습니다.
- ID. 폴로·ID. 크로스와 같은 양산 부품(99kW 모터·54.9kWh 배터리)만으로 이 수치를 만들어냈습니다.
0.158의 공기저항계수, 미션 이피션시가 세운 도로인증차 신기록
폭스바겐이 공개한 근접양산 프로토타입 ‘미션 이피션시(Mission Efficiency)’가 도로인증차 기준 공기저항계수(Cd) 0.158을 기록했다. 특수 콘셉트카가 아니라 실제 도로 인증을 받은 차량 중 이 수치를 낸 건 이번이 처음이라는 게 폭스바겐의 설명이다.
이 낮은 수치를 만든 건 눈물방울형 유선형 차체다. 액티브 쿨링 플랩, 리어휠 커버, 언더바디 풀 커버, 프레임리스 도어 글라스, 차체에 매립된 도어 핸들까지 공기 흐름을 방해할 요소를 하나씩 지웠다. 전면투영면적은 2.08㎡로 컴팩트하게 잡았다.
효과는 속도가 오를수록 커진다. 시속 80km/h 이상 구간에서는 표준 ID. 폴로 대비 소비전력을 30% 넘게 줄였고, 140km/h로 달릴 때 쓰는 에너지가 ID. 폴로가 100km/h로 달릴 때와 비슷한 수준까지 내려갔다.
차체 제원은 전장 4,775mm·전고 1,392mm에 2+2 시트, 트렁크 용량 481L다. 뒷좌석도 신장 약 1.60m까지 탑승 가능해 4인 가족 사용을 염두에 뒀다. 차체는 ID. 폴로 부품에 알루미늄 자립구조·CFRP·아라미드 복합소재를 더했고, 리어 제동장치는 폭스바겐 최초로 전자기계식 브레이크를 얹었다.
ID. 폴로의 양산 부품 그대로, 6.48kWh/100km 전비 신기록
파워트레인은 ID. 폴로·ID. 크로스가 쓰는 MEB+ 플랫폼 기반 전륜구동이다. 99kW(135PS) 모터와 54.9kWh(net) 배터리를 특수 사양 없이 그대로 얹었다. 전용 고성능 부품을 새로 만든 게 아니라 이미 팔리는 차의 부품 조합만으로 기록을 냈다는 뜻이다.
기록 조건은 정속 68km/h·오르막 없음·에어컨 등 주변전력 차단이라는 “아이디얼 트립” 시나리오다. 이 조건에서 소비전력 6.48kWh/100km를 기록해 해당 클래스 최고 경제성을 인증받았다.
폭스바겐 브랜드 CEO 토마스 셰퍼는 “전문 특수기술이 아닌 ID. 폴로·ID. 크로스의 저렴한 양산기술로 세계기록 3개를 세웠다”고 말했다. 기술개발 이사 카이 그뤼니츠는 볼프스부르크 팀이 개발했다고 확인했고, 수석 디자이너 안드레아스 민트는 차체 전면부가 ID. 폴로·ID. 크로스와 같은 신형 전기차 패밀리룩을 따른다고 밝혔다.
볼프스부르크→빈, 1,278km 실주행에서 나온 숫자
실험실 수치만으로 끝나지 않았다. 폭스바겐은 독일 볼프스부르크 개발센터에서 출발해 폴란드 포즈난, 체코 올로모우츠를 거쳐 오스트리아 빈까지 총 1,278.36km를 실제로 달려 전비를 검증했다.
이 구간의 실소비전력은 충전손실을 포함하면 7.51kWh/100km, 포함하지 않으면 6.89kWh/100km였다. 평균속도는 67.72km/h, 최고속도는 138km/h까지 올랐다 — 정속 주행만 한 게 아니라는 뜻이다.
배터리는 이 긴 여정에서 딱 한 번만 충전했다. 최종 목적지인 빈에 도착했을 때 남은 주행가능거리는 164.0km였다. 조건을 맞춘 실험실 수치와 달리 실제 도로에서도 여유가 남았다는 점이 눈에 띈다.
화면을 없애고 스마트폰을 꽂았다, 휠·태양광까지 동원한 감량
가장 눈에 띄는 건 인포테인먼트 디스플레이 자체를 빼버린 구성이다. “가져온 기기 사용”(BYOD) 콘셉트를 택해 운전자의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이 화면 자리를 대신한다. 스피커 시스템도 별도 하드웨어 대신 블루투스 스피커 박스로 바꿔 무게를 줄였다.
휠은 차 전체 공력저항의 25~30%를 차지하는 부위다. 프론트 휠하우스를 타이어 반경에 바짝 붙여 와류를 줄이고, 전 휠 안쪽에는 신규 특허 림 디플렉터를 넣었다. 타이어는 콘티넨탈과 공동개발한 EcoContact 7 기반 컨셉 타이어로, 구름저항이 톤당 4.9kg에 그쳐 EU 타이어 라벨 A등급 기준보다도 약 25% 낮다.
유리 루프와 트렁크 리드에는 출력 370W 태양광 발전 시스템을 심었다. 계절·지역·날씨에 따라 하루 최대 30km를 추가로 달릴 수 있는 계산이다. 화면도, 여분의 무게도 덜어낸 자리를 태양광 패널과 경량 소재가 채운 셈이다.
13년 전 XL1과 비교하면, 효율의 기준이 바뀌었다
폭스바겐이 “가장 효율적인 차”를 내세운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3년 공개한 XL1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로 당시 “세계에서 가장 경제적인 양산차”로 불렸다. 복합연비 0.9L/100km, 공차중량 795kg, 공기저항계수는 원문 표기 기준 0.189였다.
미션 이피션시는 공기저항계수 0.158로 XL1보다 낮은 수치를 냈다. 게다가 내연기관을 아예 쓰지 않는 순수 전기 구동만으로 “아이디얼 트립” 기준 6.48kWh/100km를 기록했다. 2013년부터 2026년까지 13년 만에 폭스바겐 스스로 세운 효율 기준을 다시 갈아치운 셈이다.
다만 미션 이피션시는 근접양산 프로토타입이다. 독일 본사의 글로벌 발표이며, 국내외를 막론하고 양산·출시 일정이나 가격은 이번 자료에 포함되지 않았고 상용화 여부·시기도 확정되지 않았다.
화면 없는 신기록차가 예고하는 것
미션 이피션시에 들어간 기술은 특수 소재를 총동원한 콘셉트카용 기술이 아니다. ID. 폴로·ID. 크로스에 이미 쓰이는 양산 부품과 설계 아이디어를 재조합한 결과에 가깝다. 그만큼 이번에 검증된 공력·경량화 노하우가 앞으로 나올 양산 전기차의 전비 개선으로 그대로 옮겨갈 여지가 크다.
다만 이번 기록은 해외(독일) 발 발표이고, 국내 출시·가격·시기는 아직 어디에도 공개되지 않았다는 점은 감안해서 볼 필요가 있다. 화면 하나를 지운 자리에서 세계기록이 나왔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