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사람 없이 달린다” 무인 자율주행차, 1만5000㎞ 실증 통과해야 도로 위로

무인 자율주행차 주행 장면 / AI 생성 이미지
사진 = AI 생성 이미지

■ 핵심 사항

  • 국토교통부가 무인 자율주행차(레벨4) 안전운행 가이드라인을 발표했습니다.
  • 무인 자율주행차는 1만5000㎞ 이상 실증주행을 마쳐야 합니다(동일 사양 차량 5대까지 합산 가능).
  • 원격관제센터 실시간 모니터링과 비상대응체계 등 안전기준도 함께 마련됐습니다.

“1만5000㎞” 통과해야 도로에 나온다

국토교통부가 7월 7일 ‘무인 자율주행차 안전운행 요건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목표는 명확하다. 대한민국을 글로벌 3대 자율주행 강국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이번 발표는 지난 2025년 11월 내놓은 ‘자율주행차 산업 경쟁력 제고방안’의 후속조치로, 관련 법과 제도가 완전히 갖춰지기 전에도 기업이 임시운행 허가를 받아 레벨4 수준 기술을 실증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게 핵심이다.

레벨4는 정해진 구간에서 운전자 개입 없이 차량이 스스로 주행하는 단계를 말한다. 현재 국내에서 시범 운영 중인 레벨3보다 한 단계 높은, 완전 무인 자율주행으로 가는 핵심 기술이다. 사람이 운전대를 잡지 않아도 되는 만큼, 그만큼 검증 기준도 까다로워질 수밖에 없다.

이번 가이드라인의 핵심은 실증주행 기준이다. 무인 자율주행차는 도로에 나오기 전 1만5000㎞ 이상 실증주행을 마쳐야 한다. 다만 동일한 자율주행시스템과 제원을 갖춘 차량이라면 3000㎞ 이상 주행한 차량 5대까지 주행거리를 합산할 수 있어, 기업의 개발 부담은 어느 정도 낮췄다. 레벨4 자율주행 실증 의무화가 숫자로 구체화된 첫 사례인 셈이다.

무인 자율주행차 운전석 / AI 생성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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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격관제센터가 실시간으로 지켜본다

이 기준은 국토부가 한국교통안전공단과 함께 세 차례 기업 간담회를 거쳐 마련했다. 업계 의견을 반영하는 한편 해외 사례를 참고해 최소 주행실적 기준을 세웠고, 최근 유엔유럽경제위원회(UNECE)에서 채택된 ADS 국제기준의 용어체계도 일부 가져왔다. 국내 기준이 국제 논의와 따로 놀지 않도록 맞춘 셈이다.

안전기준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모니터링이다. 무인 자율주행차는 원격관제센터에서 실시간으로 지켜볼 수 있어야 한다. 자율주행시스템은 고장에 대비해 이중화돼야 하고, 관제센터와 차량 사이에는 양방향 통화장치까지 갖춰야 한다. 사람이 타지 않는 대신, 밖에서 계속 지켜보는 체계를 의무화한 것이다.

비상 상황 대응체계도 구체적이다. 고장이나 운행구역 이탈이 발생하면 즉시 관제센터에 알리고 비상점멸등을 켜야 한다. 사고 등 긴급한 상황에서는 차량이 스스로 안전하게 정차하거나 안전지대로 이동하는 기능까지 갖춰야 한다. 사람이 없는 차 안에서 벌어지는 일을, 시스템 스스로 해결하라는 요구다.

원격관제센터 모니터링 장면 / AI 생성 이미지
사진 = AI 생성 이미지

정부는 기준을 세웠지만, 소비자 절반은 아직 반신반의

그런데 정부가 기준을 촘촘히 갖춰도, 소비자 체감까지 저절로 따라오지는 않는 모양이다. 글로벌 조사기관 입소스(Ipsos)가 31개국을 대상으로 실시한 ‘모빌리티 리포트 2026’에 따르면, 자율주행차 탑승이 ‘안전하다’는 응답과 ‘안전하지 않다’는 응답이 각각 36%로 팽팽히 갈렸다. 절반에도 못 미치는 신뢰도다.

지역별 온도차는 더 크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45%가 ‘안전하다’고 답해 상대적으로 긍정적이었지만, 북미는 53%가 ‘안전하지 않다’고 답해 가장 부정적이었다. 국내 정책이 기술·안전기준을 아무리 정교하게 갖춰도, 이용자의 체감 신뢰는 국가와 문화에 따라 크게 갈린다는 뜻이다.

정부 계획은 이미 다음 단계를 향하고 있다. 광주 자율주행 실증도시에 투입되는 전용차량은 단계적으로 무인화해 레벨4 기술을 실증하고, 전국 시범운행지구에서 레벨3 수준으로 운영 중인 자율주행 서비스도 완전 무인화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가이드라인 전문은 한국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 누리집(katri.kotsa.o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기준은 세워졌다, 신뢰는 이제부터

국토교통부는 1만5000㎞라는 구체적 숫자로 레벨4 무인 자율주행차의 실증 문턱을 처음 세웠다. 원격관제센터 모니터링부터 비상대응체계까지, 사람이 타지 않는 차를 위한 안전장치도 함께 못박았다. 다만 입소스 조사가 보여주듯 자율주행차를 향한 소비자 신뢰는 아직 세계 어디서도 압도적이지 않다. 기준이 갖춰졌다고 도로 위 체감까지 한 번에 바뀌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레벨4 자율주행 실증 의무화가 실제 무인차의 안전성을 얼마나 끌어올릴지는, 앞으로 광주와 전국 시범운행지구에서 쌓일 주행 데이터가 답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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