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싼은 스펙을 다 밝혔는데 값은 뺐다

투싼 / 현대자동차그룹
사진 = 현대자동차그룹

■ 핵심 사항

  • 현대차가 18일(금) 파주 CJ ENM 스튜디오 센터에서 ‘디 올 뉴 투싼 미디어 데이’를 열고 6년 만의 5세대 완전변경 모델을 공개했습니다.
  • 디자인·차체·파워트레인·안전·디지털까지 상품성 전 영역을 상세히 밝혔지만, 정작 가격은 이번 발표에 담기지 않고 10월 중 공개로 미뤄졌습니다.
  • 브랜드 캠페인은 가격 공개보다 먼저 시작되는 순서로 짜여 있어, 이 발표가 무엇을 먼저 보여주고 싶어 하는지가 드러납니다.

이번에 다 밝힌 것들

투싼 / 현대자동차그룹
사진 = 현대자동차그룹

현대차는 이번 미디어 데이에서 숨기는 것 없이 촘촘하게 스펙을 풀었다. 디자인 언어 ‘아트 오브 스틸’을 내세운 신형 투싼은 전장·전폭·휠베이스가 기존 대비 각각 60mm·40mm·30mm 늘었고, 2열 헤드룸은 29mm 커진 1,031mm, 2열 도어 개방각은 73도에서 83도로 넓어졌다. 몸집만 키운 게 아니라 실사용 공간까지 숫자로 증명한 셈이다.

파워트레인은 1.6 터보 가솔린(193PS·27.0kgf·m, 기존보다 13PS 향상)과 1.6 터보 하이브리드(시스템 245PS·복합연비 17.4km/ℓ) 두 가지로 정리했다. 공기저항계수는 0.33에서 0.30으로 낮췄고, 하이브리드에는 관성 주행 안내와 무시동 상태로 공조·인포테인먼트를 쓰는 스테이 모드까지 붙였다.

안전 사양도 아끼지 않았다. 충돌 시 백업 전원으로 도어 잠금 해제를 유지하는 ‘도어 언락 전원 이중화’가 투싼 최초로 들어갔고, 페달 오조작 안전 보조와 전방 주차 충돌방지 보조는 전 트림 기본이다. 디지털은 현대차 SUV 최초로 LLM 기반 에이전트 ‘글레오 AI’와 외부 앱을 내려받는 ‘플레오스 앱마켓’을 얹은 ‘플레오스 커넥트’를 넣었다. 색상은 외장 8종·내장 4종으로 늘렸고, 오프로드 감성의 XRT 트림도 신설했다.

그런데 가격만 빠졌다

투싼 / 현대자동차그룹
사진 = 현대자동차그룹

여기까지만 보면 흠잡을 데 없는 완전한 공개처럼 읽힌다. 그런데 정작 소비자가 지갑을 여는 순간 필요한 숫자, 가격은 이 발표 어디에도 없다. 현대차는 “투싼을 1.6 터보 가솔린과 1.6 터보 하이브리드 두 가지 파워트레인으로 운영하며, 10월 중 가격을 공개하고 국내 판매에 본격적으로 돌입할 예정”이라고만 밝혔다. 디자인·상품성·기술 사양은 전부 드러냈지만, 구매 판단의 마지막 퍼즐 한 조각만 약 한 달 뒤로 넘긴 것이다.

더 눈에 띄는 건 순서다. 필립 K. 딕 세계관을 빌린 브랜드 캠페인이 21일 포스터, 23일 디지털 필름 순으로 가격 공개보다 먼저 전개된다. 이미지와 서사가 먼저 자리를 잡고, 그다음에야 값이 나오는 흐름이다. 나는 이 순서가 우연이 아니라고 본다. 스펙과 감성으로 기대치를 최대한 끌어올린 뒤에 가격표를 여는 방식은, 그 가격이 시장 예상보다 낮아 보이게 만드는 전형적인 화법에 가깝다.

문제는 이 화법 자체가 아니라, 가격 없이 완성된 상품성만으로 소비자가 미리 줄을 서게 만든다는 점이다. 6년 만의 완전변경이라는 무게감과 최초 적용 사양들의 나열은 그 자체로 강한 구매 유인이다. 가격이라는 마지막 변수가 빠진 채 기대만 쌓이면, 정작 10월에 그 기대에 못 미치는 숫자가 나왔을 때 되돌리기가 더 어려워진다.

반론 — 순서가 이상한 건 아니다

물론 다르게 볼 여지도 있다. 신차 공개와 가격 공개를 시차를 두고 나누는 건 업계에서 드문 방식이 아니다. 파워트레인과 트림 구성이 확정된 상태에서 사전계약이나 최종 원가 협의가 남아 있다면, 상품성부터 알리고 가격은 준비가 끝난 뒤 공개하는 편이 오히려 정확한 숫자를 내놓는 길일 수 있다. 서두른 가격표가 출시 직전 뒤집히는 것보다는 낫다.

또한 현행 투싼(NX4)이 2020년 출시된 뒤 6년 만의 교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발표는 ‘완전히 새로운 모델’이라는 메시지를 먼저 각인시켜야 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형제기사인 디자인 공개가 이미 지난달 게재된 만큼, 이번 미디어 데이는 디자인 다음 단계인 상품성 전반을 알리는 역할에 집중했다고 볼 수도 있다. 가격은 별도 발표에서 더 무겁게 다뤄질 사안이라는 뜻이다.

그렇다 해도 반론이 공백 자체를 지우지는 못한다. 상품성을 먼저 보여주는 것과, 그 상품성에 대한 기대만 쌓아두고 가격이라는 저울추를 비워두는 것은 다른 문제다. 방식이 이례적이지 않다는 것과, 그 방식이 소비자에게 유리하다는 것은 별개의 이야기다.

그래서 무엇을 보면 되는가

이 발표를 어떻게 평가할지는 사실 지금 정해지지 않는다. 판정은 10월, 실제 가격표가 나오는 순간으로 미뤄져 있다. 그때 봐야 할 기준은 두 가지다. 하나는 13PS 오른 출력과 17.4km/ℓ 연비, 도어 언락 전원 이중화 같은 신규 안전 사양이 가격 인상분을 정당화할 만큼인지다. 다른 하나는 그 값이 기존 투싼 대비, 그리고 경쟁 준중형 SUV 대비 어느 자리에 놓이는지다.

지금 단계에서 확실한 건 딱 하나, 현대차가 이번 발표에서 살 이유는 다 채워 넣었지만 살 수 있는지를 결정할 숫자는 남겨뒀다는 사실이다.

다 보여줬지만, 아직 다 말하지 않았다

디 올 뉴 투싼은 디자인부터 안전, 디지털 경험까지 준중형 SUV가 갖출 수 있는 카드를 거의 다 꺼내 보였다. 다만 그 카드 패가 실제로 얼마짜리인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상품성에 대한 판단은 지금도 내릴 수 있지만, 이 신차 자체에 대한 최종 판단은 10월 가격표가 나온 뒤로 미루는 게 맞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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