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 9개월, 시행착오 6번을 거쳐… 조각 하나에 8시간 들인 롤스로이스의 ‘이 차’

팬텀 험밍버드 / 롤스로이스
사진 = 롤스로이스

■ 핵심 사항

  • 롤스로이스가 두바이 프라이빗 오피스를 통해 팬텀 익스텐디드 기반 프라이빗 커미션 ‘팬텀 험밍버드’를 공개했습니다.
  • 애벌론(전복) 조개껍데기를 마케트리에 쓴 것은 롤스로이스 역사상 처음이며, 개발에만 9개월 이상 걸렸습니다.
  • 현행 8세대 팬텀의 국내 가격은 7세대보다 익스텐디드 기준 약 7,600만 원(10%) 높습니다.

롤스로이스 팬텀 험밍버드, 애벌론 조개껍데기로 그린 벌새

롤스로이스가 두바이 프라이빗 오피스를 통해 팬텀 익스텐디드 기반의 프라이빗 커미션 ‘팬텀 험밍버드‘를 공개했다. 의뢰인이 아내에게 헌정하는 의미로 주문한 차량으로, 기쁨과 회복력을 상징하는 벌새를 인테리어 전면에 새겼다. 롤스로이스 역사상 처음으로 애벌론(전복) 조개껍데기를 마케트리 소재로 썼다는 점이 이 커미션의 핵심이다.

애벌론 껍데기 안쪽 진주층은 빛의 각도에 따라 청록색 광택을 낸다. 롤스로이스는 이 특성을 마더오브펄(자개)과 결합해 벌새 깃털이 빛에 따라 색을 바꾸는 모습을 표현했다. 좌우 피크닉 테이블에는 애벌론·자개 조각 53개(그중 날개 부분만 18개)로 벌새 형상을 만들었고, 뒷좌석 사이 리어 워터폴 패널에는 84개 조각으로 식물 모티프를 새겼다.

외장은 하부 와일드베리, 상부 화이트 샌즈의 투톤으로 마감했다. 손으로 그린 화이트 샌즈 코치라인을 따라 벌새가 날아가는 모습을 그려 넣어, 도장선 하나에도 이야기를 담았다.

6번의 시행착오, 조각 하나에 8시간… 137개 조각의 무게

이 마케트리를 완성하기까지 개발 기간만 9개월 이상 걸렸다. 적합한 가공법을 찾기까지 6차례 시행착오를 거쳤고, 조각마다 레이저로 최종 크기보다 0.06mm 크게 절단한 뒤 손으로 줄질해 마무리했다. 이음매가 보이지 않도록 조각 하나하나를 손으로 맞췄다.

팬텀 험밍버드 마케트리 디테일 / 롤스로이스
사진 = 롤스로이스

피크닉 테이블과 리어 워터폴 패널은 조각 하나당 추가로 8시간씩 더 들었고, 세 패널을 합친 총 작업 시간은 45시간에 달한다. 앞서 나온 53개와 84개, 합쳐 137개 조각을 이 시간 안에 맞춰 넣은 셈이다.

인테리어 배경은 애쉬 버 베니어로 통일하고, 피크닉 테이블 모티프에는 원목 한 그루에서만 채취하는 실버 버치를 썼다. 시트는 크림 라이트 가죽에 모카신·탠 디테일을 더했고, 시셸 카펫과 스타라이트 헤드라이너로 마무리했다.

8세대 팬텀 가격, 7세대보다 7,600만 원 올랐다

팬텀 험밍버드가 기반으로 삼은 차체는 2022년 11월 개정된 현행 8세대 팬텀(시리즈2)이다. 국내 가격은 스탠다드 휠베이스 7억1,200만 원, 익스텐디드 휠베이스 8억2,600만 원이다(2026년 9월 기준, 다나와 가격DB).

팬텀 험밍버드 외장 디테일 / 롤스로이스
사진 = 롤스로이스

앞선 7세대 팬텀(2004년 7월~2017년 1월 판매)은 스탠다드 6억4,000만 원, 익스텐디드 7억5,000만 원, 쿠페 7억2,000만 원, 드롭헤드 쿠페 7억6,000만 원이었다. 두 세대의 익스텐디드 가격만 비교해도 약 7,600만 원, 비율로는 약 10% 올랐다.

팬텀 험밍버드 같은 프라이빗 커미션은 이 기본 가격 위에 마케트리·컬러·소재 맞춤 비용이 추가로 붙는다. 세대가 바뀔 때마다 기본가가 오르는 만큼, 비스포크 옵션의 체감 가격도 함께 높아지는 구조다.

9개월과 45시간이 만든, 트림표에 없는 값

팬텀 익스텐디드의 파워트레인은 가솔린 V12로, WLTP 복합 기준 CO2 배출량은 362~373g/km, 연비는 16.0~16.4km/L(17.2~17.7mpg) 수준이다. 연비나 전비로 경쟁하는 차가 아니라는 점은 숫자만 봐도 분명하다.

롤스로이스의 프라이빗 오피스 커미션은 판매 대수나 트림표로 설명되지 않는다. 의뢰인 한 사람의 사연을 소재 조합·조각 개수·작업 시간으로 옮기는 것이 이 브랜드가 파는 값이다. 롤스로이스 팬텀 험밍버드는 그 공정을 9개월, 6번의 시행착오, 45시간이라는 숫자로 보여주는 사례다.

다만 비스포크 특성상 이 커미션 자체의 실제 견적은 공개되지 않았고, 기준이 될 수 있는 건 현행 8세대 팬텀의 공식 국내 가격뿐이다. 앞으로도 이런 프라이빗 커미션이 쌓일수록, 롤스로이스의 가격표는 트림이 아니라 이야기로 채워질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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