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 롤스로이스
■ 핵심 사항
- 롤스로이스가 영국 정장의 성지 ‘새빌로’의 재단 미학을 그대로 옮긴 단 한 대뿐인 비스포크 고스트를 공개했습니다.
- 뒷좌석 히든 자수에만 7가지 색상, 9시간, 약 25만 땀(실 길이 약 1,830m)이 들어갔습니다.
- 국내 판매 중인 고스트 익스텐디드 가격은 이전 세대 대비 약 4,400만 원(약 8%) 오른 것으로 파악됩니다.
새빌로 재단 미학을 그대로 옮긴 롤스로이스 고스트 비스포크
롤스로이스가 영국 런던의 맞춤정장 성지 ‘새빌로’에서 영감을 받은 롤스로이스 고스트 비스포크 커미션 ‘고스트 새빌로’를 공개했다. 익스텐디드 휠베이스를 기반으로 한 이 차는 판매용이 아닌 단 한 대뿐인(one-of-one) 개별 제작 차량이다. 롤스로이스 비스포크 총괄 필 파브르 드 라 그랑주는 “롤스로이스와 새빌로는 사치의 본질에 대한 이해를 공유한다”고 소개했다.

사진 = 롤스로이스
외장은 미드나이트 사파이어(진남색)와 잉글리시 화이트를 위아래로 나눈 투톤이다. 네이비 수트에 화이트 드레스셔츠를 매치한 클래식 조합에서 착안했다. 차체를 가로지르는 전통적인 코치라인 대신 손으로 직접 그린 실버 피처라인을 배치해, 커프스링크나 손목시계 같은 남성용 주얼리를 자동차 위에 은유적으로 표현했다.
휠은 22인치 9스포크 파트폴리시드 휠에 차체와 같은 색의 센터캡을 달았다. 이 진남색과 화이트 배색은 1800년대 초 ‘현대 남성복의 아버지’로 불리는 보 브러멜이 유행시킨 조합이라는 게 롤스로이스 측 설명이다. 자동차 한 대에 200년 전 신사복 스타일의 역사를 그대로 옮겨 담은 셈이다.
25만 땀, 9시간 걸린 손자수의 정체
이번 커미션의 하이라이트는 뒷좌석 암레스트를 내려야 보이는 히든 비스포크 자수다. 도안은 롤스로이스 본사가 있는 영국 굿우드 안뜰의 사각형 나무들과 그 그림자를 형상화했다. 롤스로이스가 지금까지 만든 단일 프레임 자수 가운데 가장 정교한 작품이라는 설명이 붙었다.

사진 = 롤스로이스
이 자수 하나에 들어간 시간과 정성은 숫자로 보면 더 놀랍다. 7가지 색상의 실을 사용했고, 제작에만 9시간이 걸렸다. 땀 수는 약 25만 땀(250,000stitches), 사용된 실의 길이는 약 1,830m로 거의 2km에 육박한다.
이 정도 밀도의 손자수는 기계로 재현하기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그만큼 한 땀 한 땀이 사람 손끝에서 나온 결과물이라는 뜻이고, 이것이 롤스로이스가 말하는 ‘비스포크’의 실체이기도 하다.
시트에 새긴 핀스트라이프, 롤스로이스 최초의 시도
시트는 네이비 블루와 아틱 화이트 투톤 가죽으로 마감했다. 여기에 셀비 그레이 컬러로 세로 방향의 런스티치, 즉 정장의 핀스트라이프 문양을 그대로 새겼다. 롤스로이스가 시트에 핀스트라이프 스티치를 적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진 = 롤스로이스
좌석 네 곳의 아틱 화이트 인서트에는 각각 16,600땀이 넘는 자수가 두 방향으로 톤온톤 새겨졌다. 색을 맞추면서도 결을 다르게 넣어, 빛의 각도에 따라 무늬가 다르게 보이도록 만든 디테일이다.
같은 도안의 비스포크 조명 트레드플레이트는 네 개 도어 실 전체에 적용됐다. 차 안에는 네이비 블루 캐노피, 셀비 그레이 비딩, 아틱 화이트 손잡이로 맞춘 비스포크 우산까지 비치돼 있다.
롤스로이스와 새빌로, 120년을 이어온 인연
롤스로이스와 새빌로의 인연은 우연이 아니다. 롤스로이스는 1905년 새빌로에서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인 메이페어 콘듀잇 스트리트에 첫 쇼룸을 열었다. 자동차 브랜드로서는 이례적으로, 처음부터 맞춤 정장 상권 한복판에 자리를 잡은 셈이다.
창업자 찰스 롤스의 일화도 흥미롭다. 케임브리지 시절에는 엔진오일 얼룩 때문에 ‘더티 롤스’라는 별명으로 불렸지만, 공식 석상에서는 은회중시계까지 갖춘 흠잡을 데 없는 정장 차림으로 유명했다.
자동차와 맞춤 정장이라는 서로 다른 두 세계가 100년 넘게 같은 거리에서 공존해 온 셈이다. 롤스로이스가 이번 커미션을 통해 하려는 얘기도 결국 이 지점이다. 사람 몸에 맞춰 짓는 정장처럼, 자동차도 한 사람만을 위해 지을 수 있다는 것이다.
고스트 익스텐디드 가격, 이전 세대보다 얼마나 올랐나
이번 새빌로 커미션 자체는 특정 고객 한 명을 위한 비매품으로, 가격이 따로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기반이 되는 고스트 익스텐디드의 국내 판매가는 확인할 수 있다. 페이스리프트 전인 2020년형 고스트 익스텐디드는 국내에서 약 5억 2,300만 원에 거래됐다.
반면 현재 판매 중인 2024년형 고스트 익스텐디드는 약 5억 6,700만 원 선이다. 이전 세대 대비 약 4,400만 원, 비율로는 약 8% 오른 셈이다(2026년 7월 기준, 다나와·카눈 확인). 최근 공개된 페이스리프트 ‘시리즈 II’의 국내 공식 가격은 이 시점까지 별도로 공개되지 않았다.
기반 모델의 WLTP 복합 기준 연비는 100km당 15.3~15.7L(18~18.5mpg), CO2 배출량은 357~346g/km 수준이다(제조사 공식 1차 수치). 롱휠베이스 플래그십 세단인 만큼 나온 숫자로, 유지비를 가늠할 때 참고할 만하다.
정장 한 벌처럼, 자동차도 몸에 맞춰 짓는다
롤스로이스가 이번 롤스로이스 고스트 비스포크 ‘새빌로’로 보여주려 한 건 단순한 도장색이나 자수 몇 땀이 아니다. 새빌로가 100년 넘게 지켜온 ‘몸에 맞춰 짓는다’는 원칙을, 자동차 한 대에 그대로 옮겨온 것이다. 다만 이런 원오프 커미션은 애초에 특정 고객 한 명을 위해 제작돼 일반 소비자가 실물을 만나거나 구매할 기회는 사실상 없다. 그래도 그 디테일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알고 나면, 다음에 지나가는 고스트 한 대가 조금 다르게 보일 것이다.